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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배우 데뷔작 ‘디 아이돌’은 왜 논란일까 [이슈크래커]

 

▲(출처=HBO 공식 유튜브 채널)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출연한 HBO 시리즈 ‘디 아이돌’(The Idol)이 북미에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4일(현지시간) 첫 방송된 ‘디 아이돌’은 팝 아이돌 스타와 문화 산업의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제작을 맡은 팝스타 위켄드(에이블 테스페이)를 비롯해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제니 등이 출연해 공개 전부터 화제를 빚었습니다.

앞서 ‘디 아이돌’은 지난달 22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2회차 분량이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된 바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상영 이후 5분여 간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하는데요. 제니를 포함한 다수의 유명인이 출연하고, 인기 시리즈 ‘유포리아’의 샘 레빈슨이 공동 제작자 겸 감독으로 참여한 만큼 대중의 기대도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이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디 아이돌’을 먼저 감상한 기자들과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혹평이 쏟아졌기 때문이죠.

혹평을 부른 지점은 명확합니다. 여성 혐오적 묘사, 남성주의적 성적 판타지가 고스란히 재현됐다는 건데요. 첫 방송 후 논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한 매체는 ‘기존 제기됐던 논란을 떠나서 일단 재미가 없다’는 취지의 평을 내놓으며 노골적인 실망을 표했습니다.

시청자 반응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블랙핑크, 제니의 팬을 중심으로 비판이 쇄도하고 있죠. 그런데 이 같은 논란은 ‘디 아이돌’ 제작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습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디 아이돌’ 상영회에 참석한 에이블 테스페이(왼쪽부터), 릴리 로즈 뎁, 샘 레빈슨. (AP/뉴시스)

2021년 6월, 테스페이가 레자 파힘, 샘 레빈슨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하고 각본도 공동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당초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던 에이미 세이메츠는 이듬해인 2022년 4월 프로젝트에서 하차했습니다. 작품이 80% 이상 완성돼 있던 상황이라 그의 하차는 의문을 자아냈는데요. 그 빈자리는 샘 레빈슨이 대체했습니다. 제작자 겸 감독으로 나선 거죠.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당시 “‘디 아이돌’은 이미 4, 5회에 달하는 분량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이메츠의 하차에 대해선 “테스페이가 방송의 창작 방향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파악된다. 코첼라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나섰던 그가 자신의 캐릭터보다 공동 주연인 로즈 뎁의 캐릭터로 인해 시리즈가 지나치게 ‘여성적인 관점’에 치우쳐져 있다고 느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HBO 측은 “제작진은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가장 잘 제공하기 위해 출연진과 제작진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죠. 두루뭉술한 공식 입장은 의문을 해소하진 못했지만, 그해 9월 테스페이의 콘서트 현장에서도 촬영이 진행되고, 제니 등 새로운 배우들이 캐스팅되며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디 아이돌’의 공개 일정은 수차례 연기됐습니다. 2021년 11월께 HBO에 편성했지만, 공개 일정이 최근까지 확정되지 않은 건데요. 당초 HBO 측은 지난해 가을 첫 방송을 바랐지만, 계획은 흐지부지됐고 일정에 대한 공식 입장 역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후 올해 3월, 롤링스톤은 13명의 출연진과 제작진을 인용해 ‘디 아이돌’의 방영이 미뤄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롤링스톤은 “‘디 아이돌’은 지연, 재촬영, 재집필로 인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세이미츠가 하차하고 레빈슨이 감독을 이어받아 작품을 다시 집필하고 재촬영하는 과정에서 거의 마무리된 5400만 달러의 프로젝트를 폐기했고, 여기서 급격한 지연이 발생했다”고 전했죠.

매체는 “많은 소식통에 따르면 레빈슨은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 ‘유포리아’와 같거나 그 이상의 성적 콘텐츠와 나체를 담아내기 위해 중요한 메시지를 약화했다”고도 짚었는데요. 당초 시리즈의 의도보다 선정성을 부각하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한 제작자는 롤링스톤에 “당초 시리즈는 21세기의 명성과 유명인들에 대한 어두운 풍자였다”며 “그러나 시리즈는 풍자에서 풍자하던 것 그 자체로 바뀌어버렸다”고 토로했습니다. 연예계의 어두운 민낯을 폭로하겠다던 취지는 사라지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문제 그 자체가 됐다는 거죠. 또 다른 제작진은 레빈슨이 연출을 맡은 후의 ‘디 아이돌’에 대해 “강간 판타지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출처=위켄드(에이블 테스페이) 인스타그램 캡처)

롤링스톤의 보도로 논란이 확산하자, 제작자이자 작가, 주연 배우인 테스페이도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이나 반박이 아닌 조롱성 답변이었는데요. 테스페이는 인스타그램에 ‘디 아이돌’의 티저 영상을 게재하면서 롤링스톤의 계정을 태그하고 “우리가 당신을 화나게 했나?”라고 썼습니다.

출연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테스페이와 함께 주연으로 활약한 로즈 뎁은 “레빈슨은 최고의 감독”이라며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 진정한 협업이다. 그에겐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뿐 아니라 수행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그는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을 고용하고, 보고 듣고 감사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배우 제인 아담스도 인터뷰를 통해 “누드가 왜 나쁜 거냐고 묻고 싶다”며 “레빈슨은 함께 일한 감독 중 가장 재밌고 똑똑한 감독 중 한 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나는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레빈슨은 선견지명이 있는 천재 감독”이라며 “그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스릴이 넘친다. 지루하지도 않다. 졸린 것과는 정반대”라고 감독 측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배우들의 옹호에도 ‘디 아이돌’에 대한 비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7일(한국시간) 기준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디 아이돌’은 27%의 낮은 신선도 점수를 기록하고 있죠. 이 지수가 60% 이하면 ‘썩은 토마토’, 즉 졸작으로 분류되는데 ‘디 아이돌’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면서 굴욕을 당했습니다. 타임지의 스테파니 자카렉은 “1980년대 이후로 TV에서 이렇게 무례하고 추잡한 방탕의 행진은 없었다”며 “착취를 폭로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이를 즐기고 있다”고 했고, 더 플레이리스트의 로버트 대니얼스는 “한마디로 조잡하고 징그럽고 성차별적”이라고 신랄한 평을 내놨습니다. 관객 평가 지수인 팝콘 지수 역시 60%로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죠.

레빈슨의 전작 ‘유포리아’와 비교했을 때의 성적도 저조합니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디 아이돌’은 첫 방송에서 91만3000명의 시청자를 동원했는데, 이는 유포리아 시즌1보다 17%가량 낮은 수치입니다. 포브스는 “여성 혐오와 잘못된 집필·연기가 섞인 작품”이라며 “이는 HBO의 큰 실수이며, ‘유포리아’ 시즌3가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게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출처=HBO 공식 유튜브 채널) 2

국내외로 비판이 쇄도하며, 첫 배우 데뷔로 기대를 자아냈던 제니에게도 불똥이 튄 상황입니다. 시리즈의 선정성 논란과 함께 철저히 도구화됐다는 논란에도 휘말린 건데요. 수많은 누리꾼은 이 시리즈가 제니를 그저 ‘소모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5분가량 등장한 제니는 여러 댄서와 함께 춤을 추는데, 이 과정에서는 성관계를 연상케 하는 안무가 등장합니다. 또 카메라는 제니의 표정과 신체를 강조해 담아내는데요. 해당 장면만을 잘라내 반복하게 한 영상이 온라인상에 확산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제니가 맡은 캐릭터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습니다. 앞서 시리즈가 공개되기 전, 한 제작자는 롤링스톤을 통해 ‘제니의 분량은 거의 없고 서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제니의 대사는 회당 서너 줄 정도였다”며 “그들(제작진)은 제니가 그렇게 많이 말하게 하지 않았다. 제니의 일은 기본적으로 그곳에 앉아 예쁘게 보이는 것이었다”고 폭로했죠. 실로 시리즈가 공개되고,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제니의 대사는 3마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디 아이돌’이 제니의 배우 데뷔작으로 홍보되고, 제니가 직접 시사회와 레드카펫 등 공식 행사에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극히 미미한 분량입니다.

앞서 제니는 칸 영화제에서 패션 매체 WWD에 “배우 경력의 첫걸음을 칸에서 뗄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음악 산업을 (주제로) 다뤘다는 점이 날 매료시켰고, 더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나 자신이 되어 더 용감해질 기회였다”며 “작품을 위해 따로 훈련하거나 준비한 건 없다. 레빈슨 역시 나 자신 그대로 되길 바랐다”고 부연했죠.

이에 제니가 배우 데뷔작으로 ‘디 아이돌’을 택한 데 대한 아쉬움이 일기도 했습니다. 국내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그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을 보는 시청자가 있는 만큼, 작품을 고르는 데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촬영 전 각본을 확인하고 안무 수위를 조절하는 등 조율을 거쳤어야 한다는 거죠. 다만, 제니는 어디까지나 ‘배우’로 작품에 참여한 만큼 비판은 그가 아닌 ‘디 아이돌’ 측에 향하고 있습니다.

‘디 아이돌’은 음악 산업의 착취를 폭로하는 척, 누구보다도 그 시스템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지금까지의 주된 분석입니다. 6회로 구성된 시리즈는 현재까지 1회가 방송된 터라 향후 전개를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타자화와 혐오적 묘사가 속출하는 만큼, 이 시리즈를 참을성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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